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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나증권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이번엔 “무효”

노무법인신성 2024.08.23 11:34 조회 167
하나증권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. 같은 회사에서 시행된 임금피크제를 놓고 다른 재판부는 유효하다고 판결했는데, 임금피크제 실질을 꼼꼼히 따지니 판단이 달라졌다.

2년 더 일하고 고작 10% 더 받아

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23단독(김유성 판사)은 홍아무개씨가 하나증권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.

하나증권은 2017년 3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.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(고령자고용법) 개정으로 정년이 2016년 1월부터 만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된 상황에서, 55세부터 임금피크제 1년차 20%, 2년차 40%, 3~5년차 60%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이다. 이후 노사합의로 임금피크제 내용이 변경됐다. 2021년부터는 56세부터 1년차 40%, 2~4년차 50% 임금을 삭감했다.

법원은 임금피크제 삭감률이 과도해 정년연장에도 홍씨 등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았다고 판단했다. 김유성 판사는 “정년이 연장된 2년 동안 임금을 추가 이익이라고 평가해도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만 55세부터 기존 정년까지 3년간 고정급여의 300%를 받을 수 있었다”며 “그런데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라 만 55세부터 5년간 받는 고정급여는 변경 전 임금피크제에선 260%, 변경 후 임금피크제에선 310%수준에 불과하다”고 지적했다.

고용노동부 업종별 임금피크제 일반모델안에 따르면 은행권은 평균 40~50%, 기타 금융권은 25~30% 내외 감액률이 적절하나 사측이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임금 감액률을 결정한 점도 지적됐다.

김 판사는 “정년연장이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추가적으로 급여를 수령할 수 있기 때문”이라며 “그런데 정년연장과 함께 시행되는 임금피크제의 임금 조정률이 과도해 연장된 근무기간을 실질적으로 무임금으로 일하는 것과 다름없거나 오히려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액이 감소한다면, 정년연장이 노동자에게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인지 의문스럽다”고 판시했다.

노력에 따라 거액 성과급? “일반화 어려워”

특히 사측은 성과급과 다양한 복리후생으로 임금삭감 불이익을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. 그러나 김 판사는 “사측이 개인 노력에 따라 거액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를 들지만 한편으로 고령노동자들의 생산력 저하를 이유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, 사측이 제시한 사례들도 일반화하기 어렵다”고 봤다. 또 “복리후생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요양비와 학자금은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 지급되는 것으로 정년연장 기간 반드시 추가 수령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”고 지적했다.

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인 청년채용 확대도 실질을 살폈다. 2017년 이후 채용 인원이 퇴직 인원보다 많았다는 사측 주장과 관련해 김 판사는 “사측은 임직원 51%를 계약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, 사측이 제시한 신규채용 규모 증가는 잦은 의원면직 내지 선임·계약기간 만료로 퇴직하는 인원을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”고 판단했다. 신규채용 인원이 사측 경영실적 호전에 따른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는 점, 신규입사자 평균 연령이 높아진 점 등도 고려됐다.

홍씨를 대리한 권두섭 변호사(법무법인 여는)는 “성과급과 복리후생 등 제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이 상쇄됐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판결은 구체적으로 내용을 따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”고 말했다.

정년연장으로 2년 더 근무, 무조건 이익?

하나증권은 이에 앞서 유사한 임금피크제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. 정년연장형이고, 복리후생으로 불이익을 상쇄했으며 청년채용 확대에 도움이 됐다는 취지였다.

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(재판장 정현석 부장판사)는 지난 5월 하나증권 임금피크제에 대해 2년 더 근무하며 10% 임금을 더 받게 된 점, 성과급과 복리후생 제도를 적용받을 기회를 얻은 점, 절감된 비용 일부가 신규채용에 사용된 점 등을 이유로 유효하다고 판결했다.

이 사건을 대리한 최종연 변호사(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)는 “경제적 불이익이 분명했는데 유효로 판단된 건 이례적”이라며 “법에 따른 효과인 정년연장 자체를 대상 조치로 보며 임금삭감의 불이익 정도나 대상 조치의 적정성을 소홀하게 판단해선 안 된다”고 강조했다.

출처 : 매일노동뉴스(http://www.labortoday.co.kr)